온 천지의 습기를 머금고 꽁꽁 숨어버린 지리산 바래봉..
인적 드문 새벽에 기대했던 장엄한 일출은 없지만,
그저 내가 올라왔던 길을 보며
채움과 비움이 무엇인지를
선문답하는 것같다.
물방울로 변해버린 새벽 안개가 <나와 바래봉>을 은은히 적셔준다
오르내리게될 정령치로의 산행이
그대와의 숨바꼭질 게임에서
누가 이기게 될지 궁금하다.
초록은
싱그러운 청춘이다.
또한 활력을 주는 색깔이기도 하다.
저너머 산객의 실루엣을 삼키며 사라지는 안개속을
잠시후 나도 걷게 될 것이다.
어느 순간에 짠하고 나타난 산토끼가
미동조차않은 채
숨은 그림찾기라도 하라는 듯
가만히 나를 응시한다.
처음 동물원에 온 어린아이처럼 토끼가 산속 동물이기도 한 '나'를 구경한다.
짧고 경쾌하게 울어대는 새소리.
안개속에 갇혀 지나가는 산객들에게만 내여주는 숲내음.
스치는 가지 마찰음.
안개비는
산길을 진흙길로 만들며
내 눈을 설산을 걷듯 아래로 적응시킨다.
가도 끝이 없던 길을 따라 오르고 내리며 걷고 또 걷는다.
끝나지 않는 숨바꼭질덕분에
세동치 갈림길에서의 약간 망설임을 뭍어두고
목적지인 정령치로 향한다.
고리봉에 다다르자, 안개가 걷힌다.
내내 숨박꼭질하며 숨어있는 지리산이 홀연히 나타나며
마술쇼를 하는 냥 눈앞에 싱그러움을 선물한다.
"못찾겠다. 꾀꼬리" 하고 "어서 나와라"하고 외치고 정령치로 내려가려고 했지만,
내 맘을 알았는지 지리산은 내 발가까이 포근하게 다가와 있었다.
"와~~~~~~~~~~~~~~~~"
막바지에 이르러 바라보는 장엄한 지리산 능선.
막연한 기대감이 성취감으로 바뀌어
심연에 들어앉는다.
"언제 또 갈까?"라는 반복적 물음이 틈을 깨며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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