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진

[여름 지리산 고리봉] 숨바꼭질(Hide and Seek)

 

바래봉 정상뷰

 

온 천지의 습기를 머금고 꽁꽁 숨어버린 지리산 바래봉..

인적 드문 새벽에 기대했던 장엄한 일출은 없지만,

그저 내가 올라왔던 길을 보며

채움과 비움이 무엇인지를  

선문답하는 것같다.

 

 

 

 

이슬비로 변한 새벽 안개

 

물방울로 변해버린 새벽 안개가 <나와 바래봉>을 은은히 적셔준다

 

오르내리게될 정령치로의 산행이

그대와의 숨바꼭질 게임에서

누가 이기게 될지 궁금하다.

 

 

 

 

 

 

초록은

싱그러운 청춘이다.

또한 활력을 주는 색깔이기도 하다. 

 

 

 

 

저너머 산객의 실루엣을 삼키며 사라지는 안개속을 

잠시후 나도 걷게 될 것이다.

 

 

 

어느 순간에 짠하고 나타난 산토끼가

미동조차않은 채

숨은 그림찾기라도 하라는 듯 

가만히 나를 응시한다.

 

처음 동물원에 온 어린아이처럼 토끼가 산속 동물이기도 한 '나'를 구경한다.

 

 

 

 

짧고 경쾌하게 울어대는 새소리.

안개속에 갇혀 지나가는 산객들에게만 내여주는 숲내음.

스치는 가지 마찰음.

 

안개비는

산길을 진흙길로 만들며

내 눈을 설산을 걷듯 아래로 적응시킨다. 

 

 

 

 

 

 

가도 끝이 없던 길을 따라 오르고 내리며 걷고 또 걷는다.

 

끝나지 않는 숨바꼭질덕분에

세동치 갈림길에서의 약간 망설임을 뭍어두고 

목적지인 정령치로 향한다.

 

 

 

 

고리봉에 다다르자, 안개가 걷힌다.

내내 숨박꼭질하며 숨어있는 지리산이 홀연히 나타나며

마술쇼를 하는 냥 눈앞에 싱그러움을 선물한다.

 

"못찾겠다. 꾀꼬리" 하고 "어서 나와라"하고 외치고 정령치로 내려가려고 했지만,

내 맘을 알았는지 지리산은 내 발가까이 포근하게 다가와 있었다. 

 

 

 

 

 

 

 

 

 

"와~~~~~~~~~~~~~~~~"

 

막바지에 이르러 바라보는 장엄한 지리산 능선.

막연한 기대감이 성취감으로 바뀌어

심연에 들어앉는다.

 

"언제 또 갈까?"라는 반복적 물음이 틈을 깨며 올라온다. 

'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름 경복궁] 야간 고궁 산책  (0) 2018.06.18
[느티나무] 지지마라  (0) 2018.05.29
[봄 설악산 울산바위] 웅덩이속 숲  (0) 2018.05.08
[봄 뒷산] 분홍 노루귀  (0) 2018.03.26
꽃구경  (0) 2018.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