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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시

길 위에서의 생각 / 류시화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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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뚱맞지만,

"철학이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시인의 감정을 갖고 시를 이해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한톨의 밀알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이것이 철학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특히 사계절을 사는 우리에게는

계절별 경험하는 여러 자연현상(삼라만상,森羅萬象)를 보며 그것을 그리고 그리워한다.

또한, 그 과정속에서 삶에 대한 고뇌를 되집어볼 수 있다.

 

단순함이 심오한 것이며

복잡하면 난해해진다.

 

'공감'이란 단어를 쓰고

이 시를 다시한번 되새겨본다.

 

 

 

 

제주 세화해변 용천수(湧泉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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