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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하얀] 홍시

서리맞은 대봉 하나가 감나무에 매달려 있다.
서쪽으로 지는 노을에 더 발갛게 상기된 표정으로 그 이유를 모르나보다.
 
아버지께 "왜 다안따셨어요?"하고 여쭈어보니
"까치밥이야"라고 말씀하신다.
 
아직까지 온전한 상태로 있는 것을 보아하니 딱딱해 맛이 없나보다.
 
내일 날씨가 풀려 기온이 올라간다고 하는데
버찌를 좋아하던 직바구리, 볍씨를 좋아하는 참새, 별걸다먹는 까치까지 소식을 듣고
아침일찍 식사하러 올지모를 일이다.
 
설에 흰색으로 변한 대봉감이 쑥쑥 무르익으며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무르익은 홍시



 
 
 
 
 
당신이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목재를 가져오게 하고 일을 지시하고 일감을 나눠주는 일을 하지 말라. 대신 그들에게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줘라.

<생텍쥐페리, 야간비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