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설악산에 오면, 다음날 일찍 일출을 보러 숙소에서 가까운 설악항에 와서 동해에서 떠오르는 붉은 해를 바라봅니다.
오늘은 그 루틴을 깨고 7시 40분쯤 느즈막히 아담한 항구에 도착했습니다. 새벽에 조업하러 나갔던 어선들이 만선을 축하하는 듯 갈매기떼를 거닐며 항으로 속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매서운 바닷바람이 카메라를 들고있는 손끝을 시리게할 정도로 아침 기온이 춥습니다.
먹고사는 일에 누구보다도 진심인 어부들의 노고에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설악산 대청봉 능선과 웅장한 울산바위를 보고싶다면 횟집건물 옥상에 올라가서 보면 됩니다. 그리고 항을 둘러싼 방파제로 나가 설악산을 바라보면 훨씬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흰색으로 분칠하듯 설악산 정상 대청봉은 겨울이 왔음을 보여줍니다.
오늘도 새벽 오색 또는 한계령 등 탐방센터를 출발하여 하늘과 가까운 곳에서 일출을 보고싶어 가파른 등로를 숨을 토해내며 오르는 산객들이 있을 겁니다. 하늘이 맑아 제가 대청봉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옛일을 추억하듯이, 대청봉 정상에서 구름사이로 비치는 여명과 더불어 동해에서 떠오르는 붉디붉은해를 바라보고 있을 이들이 있을 것입니다.
하늘과 땅과 바다에서,
각자가 열심히 산다면, 사회는 스스로 진보하고 깨끗해집니다. 노력없이 요행을 바라거나 불법을 저지르는 이들로 인해 세상이 더럽혀진다할지라도 잠시뿐 마음속 붉은 태양 나쁜 기운을 없애주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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